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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도 체크카드도 없이 일본에서 살아남기
애석하게도 엔화 출금이 가능한 체크카드와 TTP 카드가 들어있는 맥세이프 지갑을 차에 두고 출국 심사대를 통과해버렸다. 그 상대는 현금 강국(이었던) 일본.
2025-01-02#여행
사실 최근의 일본은 웬만큼 오래된 가게나 지방 아니고서야 이제는 현금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컨택리스 기반의 신용카드나, QR 코드 기반의 페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웬만한 결제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체크카드를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점은 이미 비행기 탑승이 시작됐을 때. 나는 2시간 여의 비행 안에서 어떤 방법을 써야 현금을 뽑을 수 있을까 최선을 다해 고민해보았다.
VISA, 마스터카드 등은 ATM에서 현금을 뽑을 수 있다는 얘기를 어렴풋이 들었던 것 같다. 내가 유일하게 들고 있는 신용카드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이긴 하지만 나름 국제 브랜드이니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이 방법은 일단 동작하긴 했다. 문제는 현대카드에서 내 출금을 계속 거절한다는 점이었는데, 이는 신용카드를 이용한 출금은 단기대출 현금 서비스로 취급되기 때문이었다. 나는 현금 서비스를 막아뒀기 때문에 출금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
일본에서 돈 좀 뽑자고 대출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 방법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다음으로 마스터카드 브랜드의 우리카드 체크카드로 ATM에서 출금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출금할 금액도 묻고, 지불할 화폐도 묻고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만 같았지만... 애석하게도 이번에는 우리카드가 이를 거절했다.
찾아보니 체크카드로 ATM에서 출금하려면 카드사와 카드값 빠져 나가는 은행사가 같아야한다고 한다. 아마 직불카드와 비슷한 방법으로 동작하는 것 아닌가 싶다. 나는 우리카드를 국민은행으로 연결해두었기 때문에 출금이 거절된 것.
그럼 결제 은행을 바꾸면 되겠구나! 이걸로 해결이 됐으면 내가 이 글을 안썼겠지. 애석하게도 내 출국일은 토요일이었고, 우리카드의 결제 은행 변경은 평일에만 가능했다. 나는 앱에서도 특정 시간에만 기능이 작동하도록 개발해놓은 금융권 서비스들이 도대체 이해가 안간다.
아무튼 결국 체크카드도 무용지물.
구글을 찾아보니 카카오페이에서 해외 ATM 출금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들어가보니 진짜 있네. 2025년부터 서비스가 종료된다고 하지만 오늘은 2024년 12월 28일. 아직 4일 남았다!
하지만 이 방법은 허무하게 시작조차 못하고 마는데,
해외 ATM 출금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대면 고객확인이 필요
음... 여기서 가장 가까운 하나은행 영업점이라...
하네다공항 3터미널에서 가장 가까운 하나은행인 부산까지 약 960km
대충 960km 정도 하는군... 이러니까 이 서비스가 망한게 아닐까요?
그래도 카카오페이 해외 ATM 출금 서비스에서 힌트를 얻었다. GLN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검색해서 찾아보니 하나은행이 해외 사업자와 직접 제휴하여 저렴?한 환전 수수료로 결제, 송금을 지원하는 서비스였다. (나중에 찾아보니까 딱히 수수료가 저렴하지는 않다.)
하나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니까 하나은행 앱에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하나은행 계좌가 없었고, 여기서 계좌를 개설한다고 해도 해외라는 제약 + 신분증이 여권 뿐인 환경에서 비대면으로 처리하기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다. 심지어 앱 용량은 200MB 씩이나 하는데 내 소중한 로밍 데이터를 여기 태울 수도 없었고.
그래서 조금 더 찾아보니 토스에서도 GLN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었다. 토스는 왠지 모르게 잘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본인인증도, 위치인증도 순조롭게 진행되어 맞이한 결제 화면. GLN에서 사용할 금액은 토스 뱅크를 통해서 포인트 형태로 즉시 충전할 수 있었다. 충전하니 결제를 위한 QR 코드까지 떴다! 이제 이걸로 됐겠지?
토스 GLN 해외결제 서비스 화면
근데 생각해보니 뭔가 조금 이상하다. ATM에서 출금을 해야하는데 QR 코드가 "보인다"고? ATM에 카메라가 달려있던가...
정리하자면 GLN은 내 QR코드를 제시하는 방식과, 가게의 QR 코드를 스캔하는 방식 두 방법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내 QR 코드를 아무리 보여줘봤자 ATM에는 카메라가 없으니 알아먹을 리가 없고, ATM에 표시되는 QR 코드를 스캔하는 방식으로만 출금이 가능한 것. 아쉽게도 토스는 전자의 방식만 지원하여 ATM에서는 이용이 불가했다.
마지막 남은 방법은 GLN 서비스를 제공하는 또 다른 은행인 국민은행. 국민은행의 IT 개발력을 잘 알기에 좀 못미덥긴 했지만 어쨌든 가능한 수단은 최대한 동원해야하는 상황에서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메뉴도 무슨 '국민지갑’이라는 딱 봐도 만들어놓고 관리 안할 것 같은 수상한 이름이었지만 일단 진행 자체는 잘 됐다.
이윽고 해외결제 메뉴로 접속했는데...
세븐뱅크에서 출금 가능하다는 안내
일단 세븐뱅크에서 출금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저 다이나믹 아일랜드의 초록색 점이 보이는가? 카메라가 켜져있다는 뜻이다. 즉, 국민은행 GLN 서비스는 QR 코드 스캔도 가능하다!
그리고 마침내...
GLN 해외결제 출금 화면
출금 완료 내역
12시 비행기를 타고 떠났으니 약 7시간의 고민과 자괴감과 삽질 끝에 현금 출금에 성공했다. 당시 고시 환율이 100엔당 933원 정도였으니 약 1% 정도의 환수수료를 받는 셈. 최근에야 트래블월렛, 토스 등등처럼 저렴한 수수료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아졌지만 이 정도면 위급 시 충분히 감수할 만한 수수료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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