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이 없는 거리」와 A-1 Pictures, 노이타미나

노이타미나는 늘 높은 수준의 작품을 선사해왔다. 한 때 「류가조 나나나의 매장금」 같은 라이트 노블 원작의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의 작품만 쏟아져나오던 침체기도 있긴 했었지만, 최근 「4월은 너의 거짓말」, 「모든 것이 F가 된다」 등 손에 꼽을만한 명작을 뽑아내며 그 명성을 회복해나가고 있다.

2016. 0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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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타미나는 늘 높은 수준의 작품을 선사해왔다. 한 때 「류가조 나나나의 매장금」 같은 라이트 노블 원작의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의 작품만 쏟아져나오던 침체기도 있긴 했었지만, 최근 「4월은 너의 거짓말」, 「모든 것이 F가 된다」 등 손에 꼽을만한 명작을 뽑아내며 그 명성을 회복해나가고 있다.

노이타미나

2016년 겨울 분기에 방영중인 「나만이 없는 거리」 또한 노이타미나의 이름값을 해치지 않는 수준 높은 작품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끝맺음을 짓지는 않았기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지금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며 완결을 짓는다면 이번 분기의 최고 작품으로 선정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1. 요즘 애니메이션의 코드는 '모에(萌え)'다. 많은 한국인들이 적절한 한국말을 찾으려다가 실패한 단어로, 적당히 해석하자면 '캐릭터의 매력' 정도의 의미로 치환될 것이다. '모에'의 그 미묘한 어감을 살리진 못하지만, 아무튼 요즘 나오는 만화의 전형적인 애니메이션 여자 캐릭터의 모습을 떠올리면 8할은 맞아떨어진다.

최근 이와 관련하여 나에게 가장 충격을 주었던 작품은 「홍각의 판도라」이다.

홍각의 판도라

겉보기로는 모에 코드로 점철되어있을 것만 같은 이 애니, 무려 「공각기동대」와 세계관을 공유한다! 물론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두 작품을 연관시키는 것이 조금 지나칠 수도 있고, 실제로 이 작품 또한 진지한 스토리라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허나, 연관 대상이 역대 애니메이션 중 뛰어난 작품성으로는 손에 꼽는 「공각기동대」라는 점에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 밖에도 최근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의 대부분이 지나치게 모에를 강조하거나, 모에 밖에 남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절망스러운 점은, 이러한 모에 코드 작품이 나머지보다 상업적으로 더 높은 가치의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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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 Pictures는 이른바 '블랙 기업'으로 악명높은 회사다. 하루 20시간이 넘는 노동을 했다는 증언은 이미 인터넷 상에 널리 퍼져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최근의 A-1 Pictures 작품에는 흔해빠진 왕도적 흐름이 아닌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굳이 찾아보게 만든다.

물론 모든 작품이 그렇지는 않다. 시대의 흐름 앞에서 A-1은 너무나도 무색하다. 사실 A-1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천하의 교토 애니메이션도 「무채한의 팬텀 월드」에서 모에 어필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으니. (* 이 부분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는데, 이미 쿄애니에는 「케이온」이라는 녀석이 있었다는걸 잊고 있었다.) A-1에서 최근 제작한 「학전도시 애스터리스크」는 찍어낸듯이 똑같은 전개의 학원SF물의 왕도를 걷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동시기의 「낙제기사의 영웅담」과 비교하며 더더욱 비판받고 있다.

4월은 너의 거짓말

그럼에도, A-1은 나름의 시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최근 노이타미나에서 방영한 수준 높은 작품들은 대부분 A-1의 작품이다. 「4월은 너의 거짓말」, 「모든 것이 F가 된다」는 호평으로 종영했으며, 노이타미나와는 연관이 없는 「재와 환상의 그림갈」 또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이 글을 쓰게 만든 「나만이 없는 거리」 또한 그러하다.

모에 코드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애니메이션이라서 가능한 특유의 세심한 표현, 진지한 스토리 전개와 함께 잘 버무려 우수한 작품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이어나가고 있다. 군중이 아무리 눈이 멀어 우매하다고 한들, 뛰어난 각본과 작화의 대작은 아직은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3.

결론. 최종 평가는 완결이 난 후에 내려야겠지만, 「나만이 없는 거리」는 이 분기의 가장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잠정적으로 평하고자 한다. 유난히도 양산형 애니메이션이 많이 쏟아져나오는 이번 작품 중에서, '외부의 방해 없이 집중해서 보고 싶은' 유일한 작품이다. 커뮤니티의 반응을 봐서는 나만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수준 높은 애니메이션을 제공해주는 노이타미나, A-1 Pictures에 감사드린다. 글쎄... 솔직히 다음 분기의 노이타미나 작품은 크게 기대가 되지는 않지만, 또 언젠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좋은 작품을 내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노이타미나가, A-1 Pictures가 아니라도 이러한 작품은 언제 어디서라도 탄생할 수 있으니 매번 조금은 기대를 하고 있다. 부디 매 분기마다 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만드는 작품들이 탄생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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