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base는 왜 스텔라 루멘을 뿌리나

Keybase와 스텔라 개발 재단은 약 20개월에 걸쳐 2,000,000,000 XLM을 에어드랍한다고 밝혔습니다. 발표일 기준으로 1,430억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2019. 11. 23. #security #keybase

지난 9월 9일, keybase스텔라 개발 재단은 약 20개월에 걸쳐 2,000,000,000 XLM 을 에어드랍한다고 밝혔습니다. 조건을 만족하는 모든 keybase 회원에게 한 달에 1억 XLM을 균등하게 나누어주기로 한 것이죠. 발표일 기준으로 1,430억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스텔라 에어드랍 역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갑자기 저런 대량의 돈을 누구에게나 나누어준다고 하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그 중 일부는 온갖 봇이나 다중 계정을 만들어 부정 행위를 저지르면서 keybase 팀과 창과 방패의 싸움을 벌이고 있기도 하죠. 실제로 에어드랍이 시작된 이후로 keybase 사이트나 서버가 굉장히 느리고 불안정해져서 개인적으로는 불만이 없진 않습니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그저 (본질적으로는) 키 관리 서비스에 불과한 그들이 갑자기 왜 에어드랍을 하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Keybase 블로그에는 '갑자기 암호화폐라니, 너희 사업 방향에 비해 너무 뜬금없는 것 아니냐?' 라는 질문에 대한 해명글이 올라와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keybase와 스텔라 재단의 그간의 행보를 보면 이번 에어드랍은 그다지 뜬금없는 일은 아닙니다.

keybase와 스텔라 재단의 관계

우선 Keybase가 땅 파서 서비스 운영한다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그들도 평범한 기업처럼 투자를 받고 있습니다. 돈도 못(안?)버는 회사가 어떻게 투자를 받는지는 의문이지만요. 그리고 스텔라 재단은 그들의 대형 투자자 중 하나입니다. Keybase가 블로그에서 XLM이 세계 최고의 암호화폐라고 주접떨고 (그것도 세 번이나), 뜬금없이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를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Keybase believes Stellar can fulfill bitcoin’s original goal of fast, cheap, worldwide payments. (실제로 한 말)

모회사와 자회사가 서로 시너지를 내서 win-win 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은 일이겠죠. 그리고 메시징 서비스와 결제 서비스의 시너지는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페이스북과 리브라,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 텔레그램과 TON은 큰 틀에서는 모두 이런 시너지를 노린 조합이라는 점이 비슷합니다. 공교롭게도 keybase에는 메시징 기능이 있고, 스텔라 재단은 화폐가 있네요. 그럼 이 둘이 손을 잡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또 하나 주목해야할 점은 keybase에서 송금 버튼을 누르면 금액의 단위가 XLM이 아닌 USD나 KRW 같은 법정 화폐 단위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불편하게 굳이 환산해서 보여주지?' 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입출금을 하는 입장에서는 단위가 XLM인게 편하지, 굳이 법정 화폐로의 환산가만 보여줄 이유가 없거든요.

얼핏 보기에는 '조금 불편하네' 하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이는 스텔라 루멘의 목표 중 하나인 실물 결제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스텔라 재단은 keybase를 이용한 실물 결제의 모범 사례로 @smsbot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XLM을 송금하면 일정 시간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발급해주는 봇입니다.

자세히 보면 XLM은 결제를 위한 매개체로만 사용될 뿐, 모든 거래는 USD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어디에도 얼마의 XLM이 필요하고, 얼마의 XLM이 송금됐는지 표현되어있지 않지요. 이는 keybase측이 XLM 지갑을 단순히 입출금만 가능한 서비스가 아닌 결제 서비스의 관점에서 설계, 개발했음을 나타냅니다. 나아가 스텔라 재단과 상당히 깊은 수준까지 사상을 공유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스텔라 재단의 행보

사실 스텔라 재단은 이전부터 꾸준히 '소매넣기'를 해왔던 경력이 있습니다. 사실 소매넣기의 수준을 넘어서, XLM의 전체 발행량의 20% 가량은 대놓고 비트코인 소유자에게 배포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정되어있습니다.

드넬 딕슨 CEO는 이러한 소매넣기가 스텔라의 장기적인 성장 전략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일단 손에 쥐어주면 관심을 갖게 되고, 그 돈으로 무언가를 거래하면서 점점 유동성이 늘어나고, 늘어난 유동성을 보고 사람들이 점점 더 몰리는 청순환을 구상한 것이지요. 요컨데 망해가는 게임의 고인물들이 뉴비 붙잡겠다고 아이템을 뿌려대는 상황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입니다.

여기서의 요는 망해가는 게임입니다. 솔직히 스텔라가 폭풍 성장하고 있었다면 이러한 에어드랍은 없었겠지요. 직설적으로 말해서 돈 뿌려서 사람 꼬시겠다는 겁니다. 물론 대부분의 에어드랍이 비슷한 목적이겠지만, 스텔라는 기본 철학부터가 돈을 뿌리면 장기적으로는 돌아온다(= 네트워크가 발전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글쎄요, 아직까지는 과연 그들이 원하는 효과가 실현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처럼 XLM을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경로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에 들어온 암호화폐를 현금화를 하려고 하지 굳이 사용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왜 주는지는 모르겠고 일단 받고보자'는 마인드라는 점에서부터 이미 삐걱거리기 시작한거라고 봅니다.

물론 시장에 1,430억원에 달하는 돈을 그냥 푼다는 것이 쉽게 내린 결정은 아니었겠지요. 수 많은 전문가들이 고민하고, 계산하고, 예측한 결과 진행하기로 결론을 내렸을 겁니다. 에어드랍은 장장 20개월에 걸쳐 진행됩니다. 과연 이 기간동안 keybase와 스텔라 재단은 그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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