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1)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나의 생각

2017. 06. 11.

4차 산업혁명 (1)

얼마 전,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4차 산업혁명은 이번 대선 후보들이 주장한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지금까지의 산업혁명은 모두 기존 기득권의 몰락과 역전을 불러왔다. 기득권이 무너졌기 때문에, 산업'혁명'인 셈이다.
정치적 기득권의 정점인 대통령 될 사람들이 너나 없이 4차 산업혁명을 지원하겠다는데, 당치도 않은 말씀이다. 그저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을 달콤하고 그럴 듯한 말로 포장했을 뿐이다.

저 문장만으로는 제 생각을 표현하기에 조금 부족한 감이 있어서, 포스트로 좀 더 길게 설명을 남겨보고자합니다.

지금까지의 산업혁명

중고등학교 사회 시간에 배우듯이, 지금까지 인류에게는 총 세 번의 산업 혁명이 있었습니다.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해 시기를 나누는 기준에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만,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통용됩니다.

우선 가장 시점이 명확한 1차 산업혁명은 모두가 아는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농업이 모든 것의 기준이었던 세상이, 이 때를 기준으로 공장을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2차 산업혁명은 보통 대략 19세기 후반을 일컫지만, 가장 구분이 애매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중공업의 발달을 2차 산업혁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3차 산업혁명은 흔히 디지털 혁명이라고도 불립니다. 각종 전자 부품들이 조립된 컴퓨터가 세상의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3차 혁명이 일어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4차 산업혁명이라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솔솔 퍼져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이 뭔데?

여기서부터는 별도의 인용 언급이 없는 이상 모두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일을 사람이 해야해?

결론부터 말하면 제가 보기에 이번 대선 후보들 중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이해한 분은 없습니다. 그들이 정말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일자리 증설' 같은 정책을 내세웠을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 무인화, 자동화의 세 가지입니다.

기계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사람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사람을 대하는 상대가 사람에서 5인치짜리 터치 스크린으로 변화했습니다. 1년 전만 해도 낯설었던 패스트푸드점의 주문 기계가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여겼던 예술 활동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는 '모순'

이러자 사람들은 일자리가 점점 사라져가는 현상을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자본주의는 노동을 해야만 돈을 벌고, 돈을 벌어야만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집을 살 수 있는 구조거든요. 그런데 밥도 옷도 집도 필요 없는 기계들이 사람의 일을 빼앗아가다니, 구직자들은 답답할 따름입니다.

민심을 읽은 대선 후보들은 발 빠르게 일자리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공공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에 대한 전폭적 지원, 고용 행태의 개선 등 다양한 공약들이 나왔고, 이를 두고 많은 국민들이 열광과 비판을 주고받았습니다.

여기까진 좋습니다. 문제는 대선 후보들이 하나같이 4차 산업혁명을 엮어들어갔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지원하면 일자리는 필연적으로 사라집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기술 R&D를 위한 연구, 개발 인력이 필요하긴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후보들이 내세운 새로운 일자리는 이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기본소득제: 자본주의는 몰락한다

그들이 만약 정말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싶었다면, 가장 먼저 기본소득제를 언급했어야 합니다. 기본소득제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게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정부가 지급하자는 복지 시스템입니다.

일을 하지도 않는데 정부에서 돈을 준다니, 왠지 어떤 경제 체제를 떠올리게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만약 어떤 후보가 기본소득제를 주장했다면 평생 들을 빨갱이 소리를 다 듣고 매장당했을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과연 기본소득제가 정말 빨갱이들이, 진보주의자들이 주장하는 포퓰리즘인지는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금 다른 소리를 하겠습니다. 오늘날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부의 분배와 순환을 위해 화폐가 사용됩니다. 때로는 소금, 때로는 지폐, 때로는 인터넷 상의 데이터 등, 형태는 다를지라도 화폐는 모두 사람과 사람이 생산품을 교환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자본주의에서의 사람이 생산자이자 동시에 소비자이기 때문에 성립하는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일을 기계가 합니다. 즉, 재화와 용역의 생산 주체가 사람에서 기계로 넘어갑니다. 생산의 재분배 또한 당연히 기계가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구조에서 기계와 사람 사이에서는 화폐가 무의미합니다. 생산자(기계) → 소비자(사람)으로의 일방적인 방향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어떻게 기본소득제라는 결론을 맺어낼까요?

이는 자본이 더 이상 사회의 중심이 아니게 됨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자본주의는 힘을 잃고, 아직은 상상하기 어려운 전혀 새로운 모습의 경제 시스템이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경제 시스템이 어느 날 갑자기 쨘! 하고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자본주의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체계에서 4차 산업혁명이 이루어진 뒤의 어떤 체계로 넘어가는 사이에는 반드시 과도기적인 시기가 존재할 겁니다. 그 시기를 메꾸는 것이 바로 기본소득제입니다.

i.e. 기본소득제 = 신 경제체제와의 버퍼

일자리가 없으니 일을 못하지만, 기본소득으로 당분간은 일을 안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계가 대부분의 생산을 맡게 되는 순간 화폐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소멸되고, 새로운 경제체제의 출발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과도기가 길어질 수록 당연히 인플레이션이 가속됩니다. 이 때의 사회적 혼란을 잘 수습하는 국가가 4차 산업혁명 후의 시대의 주요국으로 발돋움할 바탕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글 초기의 '후보가 만약 정말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싶었다면 먼저 기본소득제를 언급했어야 했다'라는 주장은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펼쳐진 내용입니다.

...

지금까지의 설명을 주변 분들에게 전했을 때 들었던 비판 중 하나는, 너무 유토피아적 관점에 편향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글을 다듬으면서 지나치게 이상적인 부분은 많이 쳐내긴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유토피아의 모습이 중심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따라서 다음 글에서는 지금까지의 제 이야기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루트로 진행됐을 때 각각의 세계가 어떤 모습을 띄고 있을지에 대한 상상을 작성해보겠습니다. 재미있는 의견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댓글로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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