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SW 융합과학 영재학교"에 반대하는 이유

학교가 바라는 우수한 인재란 무엇인가? 아마 학교에 좋은 연구 실적, 입시 결과를 안겨줄 사람이 아닐까 싶다. 학교가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뻔하디 뻔한 이야기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철새처럼 바뀌는 학교의 시스템, 그 와중에 톱니바퀴처럼 굴러가고 있는 학생들의 입장을 직접 겪어봤던 입장에서의 이야기이다.

2015. 10. 02.

이야기에 앞서, 이 글은 SW 융합과학 영재학교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이 작성되었습니다. 이에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최대한 규모를 줄여 서술하였으나, 혹시라도 잘못된 정보, 넘겨짚은 정보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피드백해주세요.

8월 초, 모교 고등학교 페이스북 그룹에 SW 융합과학 영재학교(가칭)로의 전환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많은 졸업생들이 걱정과 심려의 의사를 표했으나 학교 측은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모교의 SW 융합과학 영재학교로의 전환 추진을 걍력하게 반대한다. 이 글이 모교 선생님의 눈으로 들어갈 확률은 0에 수렴한다고 보지만, 혹시라도 읽게 되신다면 꼭 한 번 고려를 해주시길 바란다.

일단 학교가 그렇게도 강력히 전환 의사를 밝히고 있는 SW 융합과학 영재학교(이하 SW영재학교)란 무엇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자 한다. 며칠에 걸쳐 조사해봐도 관련된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보아 이러한 학교의 형태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개념일 것이며, 이에 대해서는 선생님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학교만 열심이고 정부 측은 이러한 존재가 있는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SW 영재학교의 정의 그 자체보다는, 현재 우리 나라의 SW 교육 흐름에 대해서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우리 나라는 현재 초중고등학교 프로그래밍 교육 의무화, 수능에 프로그래밍 과목 포함 등을 통해 국제적인 SW 교육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한 나름의 발버둥을 치고 있다. 다만 우리 나라의 교육 방침은 세계적인 흐름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다들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의 학교는 단순한 지식을 암기하는 것에 특화되어있다. SW 교육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프로그램틱'한 사고 방식을 기르는 것이 아닌, 단순히 프로그래밍 언어 암기 교육과 이를 지필 고사로 테스트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현재의 수학 교육이 수학적 사고를 기르는게 아니라 구몬 풀듯이 문제의 풀이 방식을 암기하는 것뿐인 것 처럼.

아마 SW 영재학교도 그 연장선 상에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는 '우리 나라도 SW 교육에 힘쓰고 있어요!'라고 세계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고 있다는 어필이 필요하니, 이를 위해 학교를 하나 만드는 것이 가장 간편한 수단이지 않았을까. 따라서 학교 측에서는 정부의 교육 정책에 갈대처럼 휘둘리지 않도록, SW 영재학교의 교육 과정이 진정 학생들을 위해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제대로 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솔직히 터놓고 말해서, 우리 학교는 SW 융합과학같은 것에는 별로 관심 없다고 생각한다. 그 뒤에 붙어있는 영재학교라는 노다지를 노리고 있을 뿐이다. 학교 측도 이러한 의사를 아래와 같이 노골적으로 드러낸 만큼 이에 대해선 이견이 없을 것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영재학교로 빠져 나가고 있습니다. 전국 상위권을 달리던 우리학교의 위상이 크게 위협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학교 내부에서도 교육과정 변화, 조기졸업 제도 변화 등 학교 발전을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재학교로의 전환이 최선의 방법이라 판단하여 다시 시도하고자 합니다. - 모교 페이스북 그룹 댓글에서 발췌

대한민국 과학고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2014년 기준으로 한 해 과학고 졸업생이 2,000명을 웃돌게 되었다. 비수도권 최초로 설립되어 독점적인 위상을 노렸던 우리 학교가, 이제 20개에 가까운 학교들과 경쟁을 하게 되었으니 위기 의식을 느끼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30년의 정통성을 주장하고는 하지만, 경상남도라는 파이의 넓이 제약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학교 측과 졸업생 분들의 시각 차이는 여기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졸업생 분들은 '과학고'라는 모교의 정체성의 훼손, 그리고 격변하는 IT 업계의 흐름에 교육이 잘 따라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학교가 생각하는 전환의 제1목표는 영재학교의 타이틀을 따내 전국구의 파이를 얻어내는 것. 학교 측과 졸업생들이 모교의 SW 영재학교 전환을 두고 동상이몽하고 있으니, 졸업생들의 우려에 대해 학교 측은 계속 '문제 없다'는 의사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 측은 자신들이 뭔가를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주었으면 한다. 대다수의 졸업생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학교가 '과학고'에서 '영재학교'로 바뀐다는 것의 정체성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교육부의 정책 흐름에 휘둘리고 있는 학교의 모습, 영재학교라는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진행하는 과정 중 발생하는 수 많은 부가적인 교육적 부작용, 그리고 이에 희생되는 학생들의 미래가 뻔히 보이기에 (혹은 직접 겪어보았기에) 진심 어린 걱정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가 바라는 우수한 인재란 무엇인가? 아마 학교에 좋은 연구 실적, 입시 결과를 안겨줄 사람이 아닐까 싶다. 학교가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뻔하디 뻔한 이야기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철새처럼 바뀌는 학교의 시스템, 그 와중에 톱니바퀴처럼 굴러가고 있는 학생들의 입장을 직접 겪어봤던 입장에서의 이야기이다.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동안 학교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느끼고, 졸업하고, 이제 사회로 나오게 된 졸업생들이 바라는 학교의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니다. 영재학교로의 전환만을 목표로 부가적인 부작용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학교 측, 실험적인 교육 시스템과 격변하는 정책 흐름에 학교와 학생들이 휘둘릴 우려를 표하고 있는 졸업생 측. 과연 어느 쪽이 진정한 학교를 위한 길인지, 학교 측은 진지하게 검토를 마친 후 진행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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