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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비접촉 결제 기술 용어 간단하게 훑어보기

국내에 애플 페이가 출시되며 비접촉 결제 서비스 그 자체에도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마그네틱 결제가 주도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생소한 용어들이 쏟아지죠. 애플 페이? EMV 컨택리스? 헷갈리는 용어들을 넓고 얕게 훑어보겠습니다.

2023-06-08

비접촉 결제를 위한 기술은 물리적인 통신 방식부터 서비스까지 여러 계층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기술적으로 엄밀하지는 않지만, 이해가 쉽도록 적당히 물리적 규격 - 결제 프로토콜 - 상용 서비스의 3계층으로 정리해봅시다.

1계층 - 물리적 규격

1계층은 결제 수단(카드, 스마트폰)과 단말기(POS기기)가 어떻게 데이터를 주고받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대표적인 두 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NFC

NFC는 약 10cm 이내의 거리에서 낮은 주파수로 간단한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입니다. 가장 유명한 사실상의 국제 표준이죠.

10cm라는 거리가 그리 길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그네틱 혹은 삽입형 IC카드는 물리적으로 닿아야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짧은 거리는 아닙니다. 애플 페이를 써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결제 단말기 주변에서 대충 핸드폰을 휘적거리면 인식이 되는 수준이니까요.

더 낮은 단계로 내려가면 NFC 또한 기반으로 하는 ISO 표준이 있지만, 여기까지는 다루지 않고 NFC로 통칭하겠습니다.

Felica

Felica는 일본의 소니가 만든 독자적인 근거리 통신 규격입니다. 훗날 NFC의 한 유형으로 포함되기는 하나 기술적으로는 별개로 보는게 맞아보입니다.

일본 이외에는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됩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iPhone에는 Felica 규격을 지원하는 칩이 들어있습니다. 이는 일본에서 iPhone을 이용한 비접촉 결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얘기하겠습니다.

2계층 - 결제 프로토콜

이 글에서의 결제 프로토콜은 카드사가 결제를 승인/거절할 때 사용하는 프로토콜을 말합니다.

EMV 컨택리스

EMV는 뭔가 대단한 기술 용어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유로페이 + 마스터카드 + 비자(Europay + Mastercard + Visa)의 세 회사의 이름을 따온 것입니다. 최소한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들어보셨을텐데요, 큰 규모의 세 회사가 합심하여 만든 규격인 만큼 "사실상" 국제 표준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더 많은 회사가 참여하고 있죠.

여기서 "사실상" 을 강조한 이유는 EMV가 국제 표준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저 점유율이 가장 높은 프로토콜 중 하나인 것이죠.

EMV는 접촉식 결제 프로토콜과 비접촉식 결제 프로토콜을 모두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중 후자를 한정지어서 EMV 컨택리스(Contactless)라고 부릅니다. "누워있는 와이파이 그림" 으로 설명하는 그것입니다.

EMV 컨택리스의 로고

JUSTOUCH

BC카드에서 시작한 자체적인 결제 프로토콜입니다. 널리 퍼지지는 못했는데요, 국내에서도 일부 카드사만 지원하고 NFC 결제 단말기 도입이 더디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한국의 교통 카드

한국의 교통 카드는 NFC를 기반으로 합니다. 예전에는 특정 지역에서는 특정 서비스(티머니 등)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전국호환교통카드 사업으로 사실상 통합된 상태죠.

삼성 페이 NFC 결제 (국내 한정)

삼성 페이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마그네틱 방식 뿐만 아니라 NFC도 지원합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판매되는 갤럭시 단말기는 독자적인 규격을 사용하고 있어 EMV와 호환이 안됩니다. 즉, 국내에서 구매한 갤럭시 단말기는 해외에서 사용하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그 밖의 Felica 기반의 프로토콜

최근 한국에 간편 결제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났듯이, 일본에는 Felica 기반의 결제 프로토콜이 다수 존재합니다. 때문에 결제 카운터에는 가게가 지원하는 결제 시스템을 덕지덕지 붙여놓은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일본 편의점의 결제 수단 안내 (출처 : Impress Watch)

크게는 Suica를 비롯한 교통카드 계열(상단 왼쪽)과, iD나 QUICPay를 비롯한 지불 서비스 계열(상단 가운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본 외에도 Felica 규격을 사용하는 국가가 일부 존재하지만 소수이니 자세히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겠습니다.

3계층 - 상용 서비스

물리적 카드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신용카드, 체크카드 또한 위 결제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서비스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EMV 컨택리스를 지원하는 신용카드나, 한국 교통카드 프로토콜을 지원하는 카드처럼요.

신용카드를 만들 때 ‘교통카드 기능’을 명시적으로 활성화하죠? 만약 해당 기능을 뺀다면 해당 카드는 교통카드 프로토콜을 지원하는 회로가 없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애플 페이

애플 페이는 EMV 컨택리스와 Felica 규격의 결제 시스템 일부를 지원합니다.

현대카드의 애플 페이는 EMV 컨택리스를 기반으로 합니다. 때문에 EMV 컨택리스를 지원하는 결제 단말기가 필요해 국내에서는 아직 많이 퍼지지는 못했죠. 하지만 EMV 컨택리스가 보편화된 해외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구글 페이

구글 페이 또한 EMV 컨택리스 규격을 지원합니다.

Felica 규격도 일부 지원하지만, 모든 단말기에 Felica가 탑재되어있는 iPhone과는 다르게 구글 페이는 일부 단말기에서만 이용이 가능합니다.

삼성 페이

앞서 말한 것처럼 삼성 페이는 국내향과 국제향 단말기에서 지원하는 결제 프로토콜이 서로 다릅니다.

  • 국내 : 독자 규격
  • 국제 : EMV 컨택리스

따라서 이론적으로 국제향 단말기를 국내에서 사용한다면, 애플 페이를 지원하는 매장에서는 삼성 페이 NFC 결제 또한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유는 모르겠지만 소프트웨어적으로 막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응용 문제

Q1. 한국에서 애플 페이로 대중교통을 탈 수 없는 이유

애플 페이가 아직 한국의 교통 카드 결제 프로토콜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 애플 페이가 한국의 교통 카드 프로토콜을 지원
  • 한국의 교통 카드 회사들이 EMV 컨택리스를 지원

하는 두 방법 중 하나가 적용되어야합니다. 또한 애플과 현대카드 사이에 독점 계약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기에, 기술적인 제약 뿐만 아니라 계약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죠.

Q2. 한국에서 등록한 애플 페이, 해외에서 쓸 수 있을까?

국내 유일 애플 페이 지원 카드사인 현대카드는 EMV 컨택리스 카드만 발급하므로, 결제 단말기가 EMV 컨택리스를 지원한다면 가능합니다.

초반에 언급했듯이 EMV는 실질적인 표준은 아닙니다. 따라서 국가나 매장에 따라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NFC보다는 Felica 규격만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아무리 EMV 컨택리스 카드를 들이대봤자 물리적 규격이 다르기 때문에 인식되지 않습니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만약에 현대카드가 Felica 규격의 결제 프로토콜을 지원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해당 카드는 일본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Q3. 애플 페이 지원을 위해서는 애플 페이 전용 단말기가 필요하다?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이 애플 페이는 EMV 컨택리스를 지원하는 다양한 서비스 중 하나일 뿐입니다. 따라서 EMV 컨택리스 단말기만 있다면 애플 페이 뿐만 아니라 삼성 페이, 구글 페이, 심지어 일반적인 신용 카드의 비접촉 결제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애플 페이’ 전용 단말기가 필요하다는 말은 거짓말이며, 애플이 하드웨어 비용을 전가한다는 내용 또한 사실이 될 수 없습니다.

다만 결제 시 애플이 수수료를 떼어갈 수는 있습니다. 이 부분은 명확히 공개된 것이 없지만, 최소한 수수료를 요구한다는 사실 자체는 알려져있고 이를 아마 현대카드가 부담하고 있는 형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무리

비접촉 결제 시장은 수많은 카드사, 단말기 제조사, 심지어는 통신 기술에 대한 특허권 소유자까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너무나도 복잡해졌습니다. 분명 편하게 사용하려고 만든 기술일텐데 말이죠.

다양한 업체들이 경쟁하고 발전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것저것 헷갈리는건 어쩔 수 없네요. 이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비접촉 결제에 대한 용어가 정리되고, 앞으로 소비자의 입장에서 서비스의 아쉬운 점이나 요구사항을 명확히 주장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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